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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현시황

PFe 2020. 3. 21. 14:06

1.
만약 보잉 또는 그와 비슷한 기업의 파산이 발생한다면 회사채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의회가 손을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보인다. 문제는 의회가 보잉이 파산할 때 까지 버티느냐 아니면 그 전에 결정할 것이냐인데. 내 생각에는 정치인들의 속성상 어떤 사건이 터지기 전까진 그렇게 급박하게 행동할 것 같지가 않다.

보잉 또는 대마의 파산은 과거 리만브라더스 파산과 같은 2차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는 트리거이자 이 폭락장의 끝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는 event이고 그것이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 벌어질 경기침체 가능성 이런 것은 2차 충격이 있을 경우 떨어질 주가에 상당 부분 프라이싱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2.
통상 바닥은 단바닥이 아니라 쌍바닥이며, 패닉셀링 이후 패닉바이, 패닉셀링, 패닉바이가 이어진다. 이 때 중심을 잡지 않은 투자자는 시세의 변동성에 죽을 수 있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감이다. 가장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것은 현금이다. 그런 현금을 심리적 안정감이 떨어지는 자산인 주식으로 바꿀 때는 보강 장치가 필요하다. 인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에 공포심을 느끼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보강장치를 벤자민 그레이엄은 안전마진이라고 부른다. 그것을 투명벽돌이라 부르든 어떻게 부르든 공포심을 조장하는 이벤트가 벌어질 때 심리적 안정감을 보강할 장치가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 그런 보강장치를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

3.
따라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국면마다 매수하는 주식도 달라진다.

대략 20% 정도의 하락이 나왔을 때 사는 것은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경제적 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오해로 소외된 사업을 선택한다. 지난 1600선이 그 즈음이 아니었나 싶다.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회복될 수 밖에 없는, 아니면 불황에도 소비할 수 밖에 없으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도 인플레이션 헷지가 되는 사업들이 PER 4점 대에 거래된다면 주가가 더 떨어져 PER 3, PER 2배가 되더라도 심리적 안정감이 현금에 못지 않을 것이다. 사업은 망하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 경기가 회복되면 이런 기업들은 PER 10배 또는 그 이상에 거래될 것이므로. 심리적 안정감을 보강할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4.
싸이클의 고점에서 40% 이상 하락하는 시장, 2008년 10월과 현재와 같은 상황에는 추가 하락을 기다려 염가에 거래되는 경기민감주를 매수한다.

불황은 경기민감주의 가격을 이쁘게 만든다. 경기민감주는 대부분 장치산업들이다.불황은 공장의 가동률을 떨어트리며, 낮아진 공장 가동률과 하락하는 제품가격은 역 영업레버리지 경로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크게 하락시킨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낮아진 이익에 대해 프라이싱 하게 되므로 평온한 시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염가까지도 떨어지는 것이다. 목요일의 패닉셀링이 좋은 사례다.

반대로 경기 호황기에는 최고의 영업이익률에 프라이싱 하기 때문에 엄청난 비싼 가격까지도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싸이클을 가진 경기민감주는 불황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피터린치가 말한 고PER에 사서 저PER에 팔아라는 것은 이 의미이다.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번 호황기에 상당한 당김수요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클라우드 사업자라면 초 호황기이므로 평소라면 100 정도만 지을 IDC도 200으로 지을 것이다. 모든 사업자가. 모르긴 몰라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석유화학도 그렇고 철강도 그렇고 모든 산업이 그렇다. 호황은 공급과잉의 어머니다. 그런 관점으로 외국인의 반도체 매도와 개인의 매수를 보고 있다. 외국인은 싸이클을 보고 개인들은 호황기의 이익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반도체 전문가가 아니니 외국인과 개인의 수급을 보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5.
경기민감주라고 아무런 주식이나 사지 않는다.

경기에는 민감하지만 시가총액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으면서, 경제가 회복될 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을 찾는다. 중요한 것은 경제가 회복할 때 불황 전보다 더 크게 성장할 만한 요인이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어떤 준비를 해나가는지 관찰한다면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어디가 바닥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경기에 민감한 기업을 살 때 던져야 할 질문은 이연된 수요가 억눌려 있다가 경제가 안정되었을 때 폭발적인 수요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산업인가? 또 그 환경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 기업을 염가에 살 때에 비로소 심리적 안정감을 보강할 수 있는 지지대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6.
삼국지연의에서 의형제 관우와 장비가 죽자 촉나라 황제 유비는 오나라를 공격한다. 형제를 잃은 슬픔과 분노를 가진 황제와 그 군사들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상상해보라.

오나라 왕과 모든 신하들은 공포에 떨었다. 오나라 왕은 육손을 대도독으로 임명했다. 모든 부하장수가 촉나라와 나가서 싸우자고 들끌었지만 육손의 생각은 달랐다.

육손은 이일대로 즉 만반의 준비를 하며 적의 예봉을 꺾고 적이 피로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일격에 큰 타격을 입히는 전략을 구사했다. 좁은 산길에 40여개의 목책을 세워 하나씩 하나씩 내주었다. 촉나라가 하나의 목책을 점령하자 또 다른 목책이 나오고 그 목책을 점령하면 또 목책이 있고, 이런 상황이 40여차례 지속되자 촉나라의 예봉은 꺾이고 지쳐가기 시작했다.

오나라가 방어만 하자 촉나라는 방심하기 시작했고 단 한번의 일격으로 육손은 촉나라 군대를 궤멸시키는 수준까지 타격을 입혔다.

7.
육손과 같은 심정으로 이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 20번째 목책은 아껴둔 현금이고 30번째 목책은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들을 염가에 매수하는 것이었고, 마지막 40번째 목책은 복수전을 할 반전있는 기업들이다. 공포감이 심리적 안정감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어떤 방법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만드는 가가 중요하다. 그 방법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어느 순간 현금 100%를 가진 사람이 공포감을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다.